`세계의 대학`취재 뒷얘기
작성자 관리자
`상아탑 틀 깨는 세계의 대학들` 시리즈는 매일경제 특별취재팀이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 대학을 발로 뛰며 취재한 기획물이다. 교수와 학생,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 관료들을 만나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취재기자들이 기사에서 못다한 얘기를 방담 형식으로 꾸며봤다.

▶김대원기자=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축산대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타조 사육장을 찾아갔죠. 거기에는 앳된 1학년 여학생 8명이 타조에게 침대가 되는 화산재를 타조 우리에 깔아 주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갓 대학에 입학해, 예뻐보이기 위해 얼굴에 분을 바르는 그 나이 또래 특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타조의 분비물을 직접 치우며 사육장을 청소하고 있었어요.

예뻐 보이려고 애쓰는 우리나라 여대생에 비하면 어색하기까지 했습니다. 타조 동아리의 최고참인 4학년 마쓰야 유스케 씨(22)에게 물었어요. 그녀의 답은 이랬습니다. "축산대학이니까요."

▶박소운기자=영국 왕립예술대를 방문했을 때는 졸업 전시회를 2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졸업 전시회에 낼 작품 제작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바쁜 와중이지만 기자의 취재에는 매우 친절하게 대하더군요. 여유가 느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는 허용하지 않았어요.

"내 독창적인 작품을 다른 사람이 모방할 수 있으니 사진 촬영은 안돼요." 유머러스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학생들이 사진촬영을 금하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배움과 진로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어요.

▶박준모기자=라스베이거스대학 호텔경영학과는 강의실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제가 머물던 호텔 1층의 게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강의실이 인상적이었죠. 레스토랑까지 똑같이 만들어 놨어요. 그리곤 세계 최고 호텔의 가장 좋은 지배인, 가장 훌륭한 주방장 등이 교수진에 참여해 이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더군요. 이 정도면 굳이 캠퍼스 밖에 나가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도 이 학교 학생들이 1000시간 이상 외부 인턴을 해야 졸업한다고 하니 얼마나 현장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소아기자=독일 슈투트가르트 공대에서 만난 에버하르트 교수는 의외로 한국을 잘 알고 있더군요. 이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학들은 지나치게 `줄 세우기`에 집착하는데 이것은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이 지역을 따지지 않고 서울대 등 몇 개 대학 출신들만 끌어오려고 해봐요. 그럼 결국 지방에는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만 오게 되고 의미있는 산학협력이 안 됩니다. 한국에서 자동차 공업이 발달한 울산은 울산에 있는 대학에서 전국 최고의 인재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슈투트가르트대 교수 말이어서 그런지 가슴에 와닿더군요.

▶박소운기자=핀란드 내륙도시 탐페레에선 눈씻고 찾아봐도 동양인이 한 명도 없더군요. 완전 시골마을이었죠. 탐페레공대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어요.

기자가 "사실 휴대폰으로는 전화하고 문자보내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 기계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고 말하자 탐페레공대 시그널링 연구소의 가부즈 교수는 "LG전자 삼성전자 등 휴대폰 강국인 한국의 젊은 여성이 휴대폰에 관심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놀라워하는 걸 보고 제가 더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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