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뉘른베르크교향악단, 한국인 악장 탄생
작성자 관리자

獨뉘른베르크교향악단, 한국인 악장 탄생

바이올리니스트 양진, 2009-2010 시즌 악장 취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독일의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뉘른베르크 필하모닉에서 한국인 악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양진(27) 씨로, 그는 지난 5월 하순 열린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 오디션을 통해 2009-2010 시즌 악장으로 발탁됐다.

뉘른베르크 필하모닉은 뮌헨에 이어 바이에른주 제2의 도시인 뉘른베르크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악단의 200여년 역사상 한국인을 악장으로 맞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긴 전통과 역사만큼이나 콧대도 높고, 자존심도 강해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곳으로 꼽히는 뉘른베르크 필하모닉 악장을 양진 씨가 꿰찬 것은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유학생 부부 슬하에 태어난 양 씨는 뷔르츠부르크 음대, 뤼벡 음대 석사를 거쳤으며 특히 뤼벡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서는 카라얀이 지휘하던 시절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지낸 토마스 브란디스를 사사했다.

독일 청소년음악경연대회 2위, 포셀 음악콩쿠르 1위, 독일경제인협회(BDI) 콩쿠르 1위 등 수상경력도 화려한 그는 2005-2006 시즌에는 독일 튀링겐주에 있는 마이닝겐 교향악단 악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마이닝겐 교향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일 교향악단의 양대 뿌리로 평가되며, 독일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초로 미국 무대에 선 유서깊은 단체다.

양 씨는 지난 4월에는 독일 음반사 욈스클래식스를 통해 드뷔시, 슈베르트, 독일 현대작곡가 웨르크 비드만 등의 작품이 담긴 데뷔 음반 '진 양(Sinn Yang)'을 발표,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이나 한국계 연주자가 해외 교향악단의 악장으로 활동한 경우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 데이비드 김, 2005년 6월 내한공연을 펼쳤던 덴마크 국립교향악단의 악장 홍수진 등에 불과했다. 독일만 놓고 보면 바이올리니스트 김신경이 현재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양 씨는 명지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부친 양국현 씨 등 가족을 만나고자 얼마전 내한, 지난 8일 구리시교향악단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그는 "그동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악장)오디션 기회조차 못 얻고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뉘른베르크 필하모닉과는 오디션도 오디션이지만 지난해 협연해 호평받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수많은 단원의 음악을 합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악장이라고 해서 나머지 단원들이 나보다 실력이 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단원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한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16세 때 주저 없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그는 "몸도 마음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생각하면서 생활한다"며 "한국인 악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단원들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에 악장으로 뽑힌 것도 한국인으로서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에서 실력을 보여준 김신경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나도 좋은 본보기가 돼 점점 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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