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환율 기러기 아빠 함박웃음
작성자 관리자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 다니는 아들을 둔 김한석씨(51). 최근 미국 달러의 약세로 오랜만에 아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톡톡히 했다. 김씨는 "올 2월만 해도 환율 1534원정도 해서 한달에 2000달러를 보내려면 30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 지금은 1200원선으로 내려 24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액수를 송금하면 50여만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빠듯한 송금액에 아들이 아르바이트까지 할 생각도 했었다"면서 "환율이 떨어지면서 이번달에는 용돈까지 두둑히 챙겨서 보냈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 중반까지 하락하면서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낸 학부모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환율이 연내 1150원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일부 학부모들은 환전을 늦출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등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8일 원·달러 환율은 119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한때 환율이 1600원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400여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미 달러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가장 혜택을 보는 이들은 자녀를 유학보낸 학부모들과 유학생들이다. 올 초 미국 유학생들은 주택 렌트비나 교육비 등 최소 경비만 환전하거나 한국에서 송금을 받지 못한 경우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중인 양은영(24·여)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인식당를 그만뒀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용돈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양씨는 지난해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용돈이 빠듯해지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양씨는 "부모님은 학업에 방해된다면서 반대하셨지만 용돈이 줄어드니까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에 하게 됐다"면서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께서 보내준 돈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녀 2명과 아내까지 뉴욕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 박모씨(45)는 "환율이 급등한 지난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여금이 깎인데다 환율까지 올라 월급을 전부 송금해도 모자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내가 아이들을 ·휴학시키고 당분간 한국에 들어가겠다 고 했을 때는 무척 힘들었다"면서 "환율이 떨어지면서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해 큰 단위 송금을 미루기도 한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145원으로 전망하는 등 대부분 경제연구기관들이 추가하락을 점치고 있다.

LA 한인타운 사립학교에 아들을 유학보낸 송병훈(39)씨는 "연말까지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해서 송금을 미루고 있다"면서 "지금 돈을 모아뒀다 환율이 최저로 떨어졌을 때 환전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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